한국법조인협회

법조계의 미래를 준비하는 청년변호사 단체인 한국법조인협회(회장 김기원 변호사)는 다음과 같은 내용의 성명을 발표합니다.

- 다 음 -

1. 지난 6일, 한국법학교수회 창립 60주년 기념식 개회사에서 “로스쿨은 변호사 시험 응시에 필요한 정보와 요령을 익히는 '변시 학원'으로 전락했다. 기초법학은 철저하게 외면돼 폐강되고 있다.”는 등의 상황 인식과 함께, ‘학부 법학 교육 강화, 로스쿨 커리큘럼 개선 법제화, 변호사 시험 자격시험화’ 등의 필요성이 언급되었다. 문제는 이러한 언급 도중에 “로스쿨은 수많은 정보가 장착된 저사양 로봇만을 양산하고 있다.”는 취지의 비하 발언이 있었다고 알려졌다.

2. 학술적인 논의에서는 자유로운 비판이 이루어질 수 있어야 하고, 그 과정에서 정제되지 않은 용어를 사용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개회사에서 사용된 표현은 불필요하며 부적절한 ‘막말’로 보인다. 이는 로스쿨 출신 변호사로서 로펌 대표, 판·검사, 대기업 대표이사, 국회의원 등 다양한 영역에서 훌륭한 성과를 드러낸 변호사들을 모욕한 것이며, 정확한 표현을 위해 불가피하게 사용해야만 했다며 정당화하기 어려운 저속한 용어고, ‘사실’에 근거한 표현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3. 맥락을 고려하면, 개회사에서 언급된 로스쿨의 문제점은 “학생들이 변호사시험 수험공부에 매몰되어 있어, 다양한 분야를 깊이 있게 학습할 여유가 없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라는 취지로 보인다. 과거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은 ‘변호사시험이 쉬워 실력이 없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제는 정반대로 ‘어려운 변호사시험에만 매몰되었다’는 이유로 ‘막말’의 대상이 된 것이다.

4. 로스쿨에서 변호사들은 자신의 지식과 법적 사고능력에 대해 메타인지를 할 수 있을 정도의 교육과 검증을 받으며, ‘더 다양한 영역에 대한 교육, 더 깊이 있는 교육을 받으면 보다 바람직할 수 있다. 하지만 여러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없는 상황에서, 현재와 같은 교육을 하고 있다’는 상황에도 공감하고 있다. 한국 로스쿨은 수험공부에만 매몰된 기존 제도에 따라 배출되고 있는 법조인접직역이 병존하는 현실에서, 한정된 자원을 배분하고 모순적인 방향성을 절충하기 위해 수험경쟁만을 요구하는 고시제도와, 변호사시험 합격률이 과도하게 높은 제도를 적정하게 타협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5. 다양한 영역에 대한 깊이 있는 교육이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에는 공감한다. 그렇다고 해서 문제의 해결책이 ‘변호사시험 자격시험화’와 같은 단순한 것이 될 수는 없다. ‘자격시험화’는 로스쿨의 다양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전가의 보도라고 할 수 없다. 10% 가량이 낙오하는 현재의 변호사시험 합격률을 더 높이면, 학생들이 변호사시험에서 벗어나 다양한 영역을 깊게 공부하여 ‘고사양 인간’이 될 것인가? 안타깝지만 현재의 교육 현실을 고려하면, ‘다양하고 깊이 있는 교육’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그나마 이루어지던 변호사시험 학습마저도 제대로 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6. 로스쿨 교육의 다양성과 질을 개선하고, ‘법학의 위기’라는 인식에 대응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의견들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① 로스쿨 학업과정을 4년제로 늘리고, 변호사시험 선택과목을 폐지하고, 집행법, 노동법, 조세법, 공정거래법 등 변호사시험과 관련없는 다양한 선택과목을 상당한 학점(30~40) 이상 이수하도록 한다.

② 변호사시험 과목에 판례 암기로는 풀 수 없고, 깊이 있는 리걸 마인드가 도움이 되게 하는 작은 배점의 논술형 과목을 추가한다.

③ 로스쿨생 일부 또는 상당수에게 학술논문을 써서 졸업하도록 유도하고, 학술적인 사고방식과 학술연구의 기술을 가르치고, 연구자가 되려는 변호사들이 학술연구에 전념할 수 있는 경로를 마련한다.

④ 변호사시험에 불합격할 경우 남는 것이 없는 구조여서, 자질이 충분한 학생들도 조기부터 과도하게 수험에만 매진하는 경향이 크다. 이를 막고 하방의 진로를 안정적으로 보장하기 위해, 변호사시험에 합격하지 못하더라도 공무원, 유사법조직역 등으로 나아가는 진로를 마련한다.

7. 많은 변호사들이 위 기념식 개회사에서 나타난 저급한 표현에 대해 분노했다. 이에 대한 아쉬움은 뒤로 하고, 앞으로 로스쿨의 여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더 복잡하고 깊이 있는 대안에 대한 건설적인 논의가 필요할 것이다.

2024. 09. 09.

한국법조인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