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시험에 합격한 새내기 변호사들이 로펌 등 법률사무종사기관에서 6개월간 의무적으로 이수해야 하는 실무수습제도를 폐지하거나 전면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국법조인협회(회장 김정욱)는 10일 서울 성북구 안암동 고려대 CJ법학관 512호에서 '청년변호사 실무수습-직역수호' 대토론회를 개최했다.
박종우(44·사법연수원 33기) 서울지방변호사회 감사는 이날 '청년 변호사, 실무수습으로 인한 인력 낭비와 직역 수호 문제 발생'을 주제로 한 발표에서 "변호사시험에 합격한 변호사는 6개월 이상 실무수습을 하도록 변호사법에 규정돼 있지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실무교육을 할 것인지에 대한 매뉴얼이 존재하지 않는다"며 "그러다보니 법률사무소에 출근한 지 6개월만 지나면 실습으로 인정되는 제도로 전락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여기에 실무수습 제도를 (청년변호사) 임금 착취 수단으로 악용하는 풍조마저 일반화돼 기성 법조인에 대한 불신은 물론 세대간 화합을 저해하는 갈등요소로까지 작용하고 있다"면서 "특히 대한변호사협회의 의무연수는 강의 중심으로 구성돼 있어 실무능력 향상의 기회로 삼기 어려운데다, 법률사무종사기관을 구하지 못한 변호사만 대한변협 의무연수를 받는다는 '낙인효과'마저 발생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변호사단체와 법무부 등이 실무수습 가이드라인을 작성·배포하고 실무수습 변호사에 대한 표준근로계약서 작성 권고 및 최저임금 제정,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한다"며 "현행 실무수습 제도는 변호사시험에 합격한 변호사로 하여금 오로지 6개월간 개업을 할 수 없도록 하는 역할만 하고 있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변호사법 개정을 통해 폐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6개월 실무수습' 규정 있지만
구체적 매뉴얼 없어
안병희(56·군법 7회) 대한변호사협회 감사는 '직역수호를 위한 관점의 변화'를 주제로 한 발표에서 "현행 실무수습제도를 전면 폐지하고 미국처럼 바로 개업하도록 하는 방안은 국민적 공감대를 얻기 어렵고 법 개정도 어렵다"며 "변호사시험 합격자들에게 단독대리는 허용하지 않으면서 수사나 재판에 있어서는 지도담당변호사와 함께 출석해 공동으로 소송대리를 할 수 있도록 개선하는 방안이 타당하다"고 제안했다.
이날 대토론회에서는 세무사 등 유사직역의 소송대리권 침탈 시도 등에 맞서 변호사 직역을 수호할 수 있는 적극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표준근로계약 작성 권고 등
관리·감독도 강화 해야
안 변호사는 "법조유사직역에서 '변호사 자격이 만능이냐'고 다투며 우후죽순처럼 관련 법률에 소송대리권을 포함시키려는 개정 작업을 시도하고 있어 일일이 저지하는데 어려움이 있다"며 "변호사법에 '소송대리에 관해서는 이 법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다른 법률에 우선하여 적용한다'는 조항을 신설해 법조유사직역의 소송대리권을 부여 시도를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박 변호사는 "법률구조공단은 구조대상자의 범위가 전 국민의 40%에 이를 정도로 지나치게 광범위해 공단 소속 변호사들과 공익법무관들에게 과중한 업무 부담으로 연결되고 실제로 법률서비스가 절실한 취약계층에게는 적시에 제대로 된 법률서비스가 제공되지 않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면서 "현재와 같이 전국 변호사 수가 2만4000명에 이르고, 매년 약 1500명의 변호사가 배출되는 상황에서는 법률구조공단의 역할 축소 논의가 시작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변호사단체 선거 규정상 피선거권 자격 요건이 매우 과중해 청년변호사들의 출마를 원천적으로 봉쇄하고 있다"며 "청년 변호사들에게 변호사단체의 선거에 출마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어 청년변호사들이 변호사단체 선거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나아가 주인의식을 가지고 변호사단체 업무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독려하는 것이 직역수호를 위한 방안 중에 하나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대토론회에는 박상수(39·변호시사험 2회) 법률사무소 선율 변호사와 장희진(36·변시 3회) 지음법률사무소 변호사, 본보 서영상 기자 등이 패널로 참석해 토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