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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착오적인 고시제도 부활 공약을 철회하라

관리자 2021-12-08 14:24:46 조회수 1,957

2005년 이후 고졸 사시합격자는 6명에 불과하나, 학점은행제 등 출신의 법학전문대학원 입학자는 73명이다. 명문대 의대신입생 중 고소득층은 74%, 법학전문대학원 신입생 중 고소득층은 58% 정도이다.

 

법조계의 미래를 준비하는 청년변호사 단체인 한국법조인협회(회장 김기원 변호사)는 다음과 같은 내용의 성명을 발표합니다.

 

- 다 음 -

 

최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사법시험 부활을 공약하였다고 알려졌으나, 이는 시대착오적인 공약에 불과하다.

 

대다수의 주요국가들은 교육을 통해 변호사를 양성하고 있다. ‘대륙법과 로스쿨은 맞지 않아, 독일이 로스쿨 제도를 시행하였다가 중단하였다는 것은 대표적인 오해다. 독일은 일본이나 한국과 같은 고시제도를 시행한 적이 없다. 독일 변호사시험은 18점 만점에 최상위권이 12, 4점 이상이면 합격하는 절대평가로 합격률은 70~80%가량이나, 입학이 비교적 쉽고 유급이 많아 입학자 대비 50% 정도가 변호사가 되고, 경영학과, 철학과 등도 입학자 대비 졸업하는 학생이 30% 정도에 불과하다고 알려져 있다.

 

과거 일본제국은 메이지유신 이후 서구의 대학제도를 비롯한 근대적 공교육제도를 모방하였다. 일본제국은 의대 등은 그대로 모방했으면서, 소수의 판·검사만을 선발하는 고시제도를 시행했는데, 이는 변호사가 많으면 국가통치에 방해가 될 것을 우려하였기 때문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고시제도는 식민지 조선에 이식되었고, 해방 후에도 한국과 일본에는 고시제도가 잔존했다. 이후 일본에서는 1960년대부터 고시제도를 폐지하자는 논의가 이루어졌고, 2011년 법과대학원(로스쿨식) 체제로 전환했으나, ‘예비시험병행으로 인해 실패하였다고 평가된다.

 

근대 공교육제도는 서구의 민주국가들이 모든 사회구성원의 이익을 고려해 합리적으로 설계하였다. 대학 입시는 누구나 명문대를 목표로 하더라도, 실제 성과에 맞추어 지원함으로서 대량의 낙오자 없이 다양한 진로를 결정할 수 있는 구조. 마찬가지로 대학원 입시, 회사 입사 구조는 목표와 관계 없이 실제 스펙에 맞추어 다양한 회사와 대학원에 응시하고 그 중 합격한 곳을 택함으로서 다양한 진로를 대량의 낙오자 없이 결정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반면 과거 일본제국이 정교한 고민 없이 고안해낸 고시제도는 필연적으로 소수의 합격자와 다수의 불합격자가 발생하여 재도전자, 비용을 매몰하여 막다른 골목에서 좌절하는 낙오자, 낭인이 다수 생긴다.

 

다양성의 측면에서 여러 제도를 병행하는 것이 좋다는 등의 이유로 고시제도를 부활시키는 것은 퇴행적이다. 정시·수시 등 다양한 대학입학전형 중 어느 하나도 의학 시험을 잘 본 자를 의대생으로, 군사학 시험을 잘 본 자를 사관생도로선발하는 전형이 존재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숙고해야 할 것이다. ‘고시제도가 정시전형, 법학전문대학원이 수시전형이라고 보는 것은 교육제도에 대한 이해부족에 의한 것이다. 법학전문대학원의 정시전형은 법학적성시험 점수만으로 입학자를 선발하는 제도다.

 

고시제도 형태의 우회로를 인정하는 체계는 최후의 전공시험에 나오는 것들을 더 빠르게 익히는 것을 최고로 보는 시험 만능 국가의 형태가 된다. 고등학교때 현재에 충실하여 수학능력시험을 공부하는 대신, 미래에 배워야 할 의학을 미리 공부하여 예비시험에 합격하여 21세에 수련의사가 될 수 있는 우회로가 있다면, 수학능력시험을 공부하여 등록금을 내고 교육과정을 거쳐 27세에 수련의사가 되는 사람은 돈과 시간으로 면허를 산 2류 의사로 치부될 것이다. 고시제도는 더 빠르고 높은 점수로 시험을 합격한다는 결과 이외의 다양한 과정과 경험을 열등하고 무의미한 것으로 만들어 사회구성원들의 다양한 잠재력과 가능성을 저해할 것이다.

 

법학전문대학원은 전체 학생의 약 70%에게 장학금을 지급하며, 2021년 법학전문대학원 합격자(2126) 164(7.71%)이 특별전형 출신이다. 2005년부터 2016년까지 사법시험 합격자 8,000여명 중 고졸 합격자가 총 6명에 지나지 않는 반면, 2009년부터 2016년까지 로스쿨 입학자 총 16,655명 중에는 73명의 학점은행제, 독학사, 평생교육진흥원, 방통대 출신이 있다. 불공정하며 부유층에게 유리하다는 인식과 달리, 3개 명문대에서 의대신입생 중 고소득층은 74%, 법학전문대학원 신입생 중 고소득층은 58%라는 통계도 있다.

 

지금은 고시제도의 부활을 논할 때가 아니라, 여전히 고시제도의 형태를 가진 다른 유사법조직역 시험도 마저 폐지하고, 사회구성원들의 잠재력과 가능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정교한 구조를 가져 22세기까지도 쓰일만한 공교육제도의 구조적 혁신과 법학전문대학원의 점진적 개선을 논의 할 때이다.

 

한국법조인협회는 법학전문대학원을 통해 양성된 16,000여명의 청년 법조인들을 대표하여, 시대착오적인 공약에 적극적으로 반대 의사를 표한다. 그럼에도 계속하여 이러한 공약이 철회되지 않을 경우 이를 저지하기 위해 필요한 어떠한 조치라도 취할 준비가 되어 있음을 표명한다. 고시제도가 현 시대에 어울리는 창의성과 잠재력의 발현 가능성을 말살하고, 근대공교육제도의 체계를 허무며, 다수의 불합격자를 희생시킴으로서 사회에 발생시키는 해악은 나름의 순기능으로 상쇄 불가능할 정도로 엄중함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2021. 12. 8. 

한국법조인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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